소형차가 중대형차나 럭셔리 카보다 비싸게 매매되는 일이 있듯이, 집도 마찬가지 입니다. 비싼집보다 싼집이 더 비싸게 팔리는 일이 있습니다.
바이어가 작은 집을 원해서 그렇게 되었다면야 물론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조그만하고 아담한 집이 어울리니까 비싸게(?) 주고라도 저 작은 집을 구입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수 있겠지요.
원해서 했다면 상관 없지만, 실제로 몇이나 그걸 원했겠습니까?
지역 사정에 밝지 않은 상태로 집을 보다보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원하는 가격대를 미리 설정하고, 그 가격대에 맞는 특정 단지나 지역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범위내에서만 열심히 찾다보면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필자가 겪은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수년전에 70만달러대로 분양한 프리미엄 단지 A가 있습니다. 누가봐도 좋은 집들입니다. 그런데 일부 형편이 급한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60만달러 초반대 파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단지 바로 옆에있는 B 단지는 A 단지가 70만불대로 분양할때 30만달러 후반대로 분양했습니다. 그 동안 집 가격이 오르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나온 집들이 50만달러 후반 ~ 60만달러 초반에 매매가 되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두 단지간에는 30만달러 이상의 가격차가 나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값에 매매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B단지의 집을 계약한 바이어가 A단지에 그런 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B 단지 집을 구입하지는 않았겠지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친구나 주변인들이 성의없이 흘리는 말에 솔깃한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이 단지 살아봤는데 너무 좋더라. 옆 단지는 너무 비싸" 혹은 "여기 사는 사람들 말이 살기 좋대"라는 말을 너무 믿은 것입니다.
마트에서 갈때 몇달러짜리 쿠폰을 챙기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몇십만달러짜리 계약을 할때는 더 신중해야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몰입하다보면 나무만 열심히 들여다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숲이 어떤 모양인지 못보게 됩니다. 이럴때는 이해 관계가 없는 옆 사람이 오히려 더 잘 볼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리얼터는 이해관계가 완전히 없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이 집을 팔아야 수익이 생길테니까요. 하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집을 사든 다른 집을 사든 같이 일하겠다는 확신을 주면, 이 집 아니더라도 다른 집, 다른 집이 아니면 또 다른집을 살테니까 객관적으로 볼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바이어와 리얼터간에 신뢰가 있을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신뢰는 사무적인 관계에서는 싹트기 힘듭니다. 받은만큼 주고, 준만큼 받는 기계적인 관계는 평균은 가겠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입니다. 그렇다고 포멀한 관계가 완전히 배제되어서도 안됩니다. 리얼터가 본인의 친구나 친척이라면 친밀은 하겠지만, 친밀한 것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능력으로도 믿을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전문성이 없으면서 신뢰가 싹틀수 없습니다. 병원에가서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의사가 해박한 전문지식을 갖추고있느냐입니다. 리얼터는 여기에 더해서, 가족의 미래에 정서적 영향을 주는 물건의 향방을 결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바이어가 원하지 않는 것까지 오버해서 해줄수 있는 성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전문성이 없는 성실함은 무능입니다. 성실함이 없는 전문성은 무책임입니다.
리얼터의 전문성에는 여러가지 항목이 있을수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마켓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미래를 읽을수 있어야 하고, 디자인 감각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건물에 대해 건축가 이상의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집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거의 모든것이 결정납니다. 전문가의 도움이란 것은 그 결정을 재확인하는 절차적 수순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라는 것도 알고보면 그리 전문가가 아닙니다. 리얼터는 각 분야에 대해 그들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이어야 합니다.
전문성과 성실함과 신뢰, 쉽지않은 일이지만 필자의 경험상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